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막내의 일기-1

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쓴 일기가 있다.
그 일기가 생각나서 다시 읽어봤는데, 그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, 마음이 힘들었던게 느껴졌다.
교만해질 때 마다 이 일기를 꺼내서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.
지금은 이제 정말 괜찮으니 그 때의 일기를 꺼내보려 한다.



2021.03.22.월요일

오늘 회사에서 대형사고쳤는데.. 내가 이런 사고를 칠 줄이야 생각한 정도라.. 진짜 내가 이렇게나 멍청하고 무능력한가 이 직업이 나랑 만맞는건가 저번주부터 끝도 없이 해왔는데 오늘 큰 사고치고 내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충격받고 우울해지고 억울해졌다.. 내 샘플도 아닌 대리님 샘플인데..

내가 급하게 아무생각없이 하다가 망가트렸다... 수습은 어찌저찌 가능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,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정말 끝없이 한없이 우울해지고 자책감이 들었다.. 죄송하다고 하는데 정말 내가 입장바꿨으면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것 같았고, 진짜.. 내가 한없이 작아보이고 모자라보였다.. 대리님은 괜찮다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다고 처음이니까 괜찮은거라고 말해주셨는데 나는 결국 울어버렸다.. 울어버린게 아니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. 안울려고 했는데.. 어제 자기전에 든 생각이 겹쳐지면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.

얼마전에 내가 좋아하는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우는걸 봤었다. 말하자면 길지만.. 결론은 나의 치부까지 말할 수 있고 들어줄 수 있고, 진심으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싶다고 했는데 그말 너무 공감됐고, 요즘따라 혼자있다보니 그 말이 더 와닿았다.. 어제 누워서 생각했다.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데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.. 진짜 왜 우는지 모르겠고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..

여태까지 나는 완벽한 사람이고 싶었다. 아니 내 자존심에 나는 완벽한 사람이여야했다. 그렇게 보여져야했고, 나 스스로에게도 그런 사람이여야 했다. 근데 입사 이후에 반복되는 실수로 나는 자존심이 꺾여나갔고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성격도 소심해지고 있는나를 발견했다. 그리고 이런 나를 발견하고 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.

나는 오늘 실수를 통해서 아니 이때까지의 일을 통해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. 낮아진 내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. 내가 우울에 빠져 살지 않기위해서.. 그리고 새로운 만남 혹은 알고지낸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나의 행복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버텨낼 것이다.

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은 엉엉 울어버리고 다 털어내야겠다..